장어의 꽃4

제4장 – 스물여섯, 청춘은 두려움을 몰랐다

스물여섯.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돈도 없었고,

가게도 없었고,

이름난 장어 전문가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있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젊음은 참 이상했다.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새벽이면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나갔고,

밤이 되면 누구보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그 무렵 경동시장은 전국에서 장어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 가운데 하나였다.

양식장에서 올라온 장어가 도착하면 시장은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다.

상인들의 목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고,

손수레는 쉴 새 없이 오갔다.

나는 그 한가운데 있었다.

누군가는 장어를 물건으로 봤지만,

나는 장어를 내 인생을 바꿔 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배우는 것이 즐거웠다.

장어의 크기를 보는 법.

건강한 장어를 알아보는 법.

손질하는 순서.

고객이 원하는 품질.

모든 것이 새로웠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어느 날 선배가 내게 말했다.

“기덕아, 장사는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이유를 물었다.

선배는 장어 한 마리를 손질하며 조용히 말했다.

“손님은 장어를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을 믿고 사는 거다.”

그 말은 내 가슴에 오래 남았다.

그날 이후 나는 손님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졌다.

한 번 온 손님이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장사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훗날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게 될 줄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게 될 줄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스물여섯의 나는 꿈을 믿었다.

그리고 그 꿈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그 시절의 젊은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한마디를 해 줄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힘들어도 끝까지 걸어가라.

지금 흘리는 땀은 언젠가 ‘장어의꽃’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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