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 경동수산, 내 인생을 바꾼 10년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바꾸는 장소를 하나쯤 만난다.
나에게 그곳은 경동수산이었다.
처음 그곳에 들어갔을 때 나는 아직 풋내기였다.
장어를 잡을 줄은 알았지만,
장사를 안다고 말하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경동수산은 그 당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민물장어 도매상이었다.
새벽이면 전국 양식장에서 올라온 장어가 쉼 없이 들어왔고,
식당 사장들과 도매상들이 장어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그곳에서 나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장어를 만졌다.
처음에는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수조를 관리하고,
장어를 옮기고,
손질을 하고,
포장을 했다.
힘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장어를 만질수록 새로운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떤 장어가 좋은 장어인지,
어떤 장어가 오래 살아남는지,
어떤 장어가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지.
책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현장에서 하나씩 익혀 갔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났다.
어느새 사람들은 나를 막내가 아니라
“기덕 부장.”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직책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내가 흘린 땀을 시장 사람들이 인정해 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경동시장은 치열했다.
새벽 다섯 시만 넘어도 전화벨이 끊이지 않았다.
“오늘 장어 들어왔나요?”
“큰 사이즈 있습니까?”
“100킬로 먼저 보내주세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점심을 오후 세 시에 먹는 날도 많았고,
저녁을 거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시장 사람들에게 바쁜 하루는 행복한 하루였기 때문이다.
경동수산에서 보낸 10년은
나를 장어 전문가로 만들어 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선물을 받았다.
사람을 보는 눈이었다.
좋은 거래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신뢰는 어떻게 쌓이는지,
한마디 약속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나는 그 모든 것을 시장에서 배웠다.
지금도 나는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린다.
잠을 줄여 가며 일했던 날들.
장어 비린내가 손에서 떠나지 않던 날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웃으며 일했던 날들.
돌이켜 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청춘이기도 했다.
만약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다시 경동수산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곳이 있었기에 오늘의 백강수산이 있었고,
오늘의 장어의꽃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