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의 꽃6

제6장 – 새벽을 달리던 청년

새벽 네 시.

경동시장의 하루는 이미 절반쯤 지나 있었다.

장어를 손질하고, 산소를 넣고, 물이 새지 않도록 포장까지 끝내면 이제 또 다른 일이 시작됐다.

바로 배달이었다.

그 시절에는 내비게이션도 없었다.

휴대전화도 없었다.

머릿속에 서울 지도를 넣고 다녀야 했다.

어느 골목을 돌면 빠른지,

어느 시간이 막히는지,

모두 몸으로 익혀야 했다.


트럭에는 살아 있는 장어가 가득 실려 있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안 됐다.

장어는 살아 있어야 가장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을 다투며 서울 곳곳을 달렸다.

노량진.

강남.

합정.

그리고 이름난 장어집들.

매일 같은 길을 달렸지만, 하루도 같은 날은 없었다.


노량진에 도착하면 시장은 이미 활기로 가득했다.

수많은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생선을 나르는 손수레가 끊임없이 오갔다.

그 속에서 나는 장어를 내려놓고,

다시 다음 거래처로 향했다.

당시 큰 도매상들은 서로 경쟁이 치열했지만,

장사는 결국 신뢰였다.

시간을 지키고,

약속한 품질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거래처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배달을 마치면 가끔 능곡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래 거래하던 식당이 있었다.

사장님은 직접 만든 양념을 손님들에게 아낌없이 내주셨고,

늘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했다.

아들도 있었는데,

살아 있는 장어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기술은 손끝에서 나오지만, 장사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


하루 배달이 끝나고 경동시장으로 돌아오면

다시 다음 날을 준비했다.

몸은 지쳤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가벼웠다.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냈다는 뿌듯함 때문이었다.

그 시절 나는 돈을 쫓아 달린 것이 아니었다.

믿음을 배달하고 있었다.


지금도 서울 거리를 달리다 보면

문득 그때가 떠오른다.

젊은 청년 하나가 낡은 트럭에 장어를 싣고,

더 좋은 내일을 꿈꾸며 달리던 모습.

그 청년은 몰랐다.

수십 년이 흐른 뒤,

그 모든 시간이 ‘장어의꽃’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나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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