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의 꽃3

제3장 – 경동시장의 겨울

겨울 새벽이었다.

매서운 바람이 시장 골목을 휘감고 지나갔다.

기온은 영하 15도.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시장은 계절을 모르는 곳이었다.

새벽 세 시만 되면 트럭은 어김없이 들어왔고, 사람들은 두꺼운 장갑을 낀 채 하루를 시작했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있었다.

장갑을 꼈지만 금세 젖었다.

장어를 손질하려면 결국 맨손을 써야 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속에 손을 넣는 순간 온몸이 움찔했다.

몇 분만 지나면 손끝의 감각이 사라졌다.

하지만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수조 안에서는 장어들이 힘차게 몸을 뒤틀고 있었고,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젊었다.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

배가 고프면 국밥 한 그릇으로 버텼고, 졸리면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하루가 끝나면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만은 가벼웠다.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만족감 때문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눈이 많이 내렸다.

시장 지붕 위에는 하얀 눈이 수북이 쌓였고, 골목은 미끄러웠다.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일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장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새벽을 견뎌야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

그 다짐은 지금도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겨울은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추위를 견디는 법.

기다리는 법.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법.

나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인생을 시장에서 배웠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 내게 스승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 스승은 경동시장의 새벽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겨울 새벽의 냄새는 잊히지 않는다.

차가운 공기.

수조에서 튀는 물소리.

상인들의 발걸음.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던 젊은 나.

그 모든 기억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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