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3시.
그 시간은 저에게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습니다.
서둘러 옷을 입고 경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겨울이면 입김이 하얗게 피어오르고,
여름이면 새벽부터 땀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계절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에는 쉬는 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장어 수조를 확인했습니다.
산소는 충분한지,
물이 깨끗한지,
장어의 상태는 어떤지.
그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첫 번째 일이었습니다.
장어는 살아 있는 생물입니다.
조금만 관리가 소홀해도 품질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장어를 먼저 살폈습니다.
손질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칼을 들고 장어를 손질하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직 손끝의 감각만 믿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일을 했지만,
하루도 대충 한 적은 없습니다.
장어 한 마리가 손님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손질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식사를 거를 때가 많았습니다.
바쁜 날에는 오후가 되어서야 첫 끼를 먹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경동시장은 제 학교였습니다.
선배들에게 기술을 배웠고,
손님들에게 신뢰를 배웠고,
시장 사람들에게 인생을 배웠습니다.
학교에서는 시험을 통해 배우지만,
시장에서는 땀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 배움은 지금도 저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요즘은 많은 분들이 “37년 동안 어떻게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나요?”라고 물어보십니다.
저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오래 할 수 있고, 정직하게 하면 오래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새벽 3시에 시작했던 하루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백강수산 장어의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