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 장어를 팔기보다 사람을 얻었다
37년 동안 장어를 팔며 가장 많이 받은 것은 돈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장어 한 마리를 팔기 위해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장사는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인연을 맺는 일이라는 것을.
처음 거래를 시작한 식당이 있었다.
장어를 납품한 첫날, 사장님은 장어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한마디를 했다.
“좋은 장어네요.”
그 말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며칠 뒤 다시 주문이 들어왔다.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그 거래는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처음 만난 거래처는 어느새 가족 같은 인연이 되었다.
서울 곳곳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경동시장.
노량진.
강남.
합정.
능곡.
지역은 달랐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했다.
정직하게 거래하는 사람을 기억했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을 믿었다.
나도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끔은 손해를 보는 날도 있었다.
배송 중 장어가 폐사하기도 했고,
갑자기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손님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손해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가장 큰 이익이 되어 돌아왔다.
그 손님은 더 오래 함께했고,
또 다른 손님을 소개해 주었다.
세월이 흐르자 신기한 일이 생겼다.
예전에 젊은 사장이었던 사람이 이제는 백발이 되었고,
어린아이였던 아들이 가게를 이어받아 내 앞에 섰다.
“사장님, 아버지가 항상 말씀하셨어요.
장어는 백 사장님한테 사야 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장어를 판 것이 아니라 믿음을 쌓아 왔구나.
그래서 지금도 주문이 들어오면 처음 장사하던 날처럼 마음이 설렌다.
한 상자의 장어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이름과 약속을 함께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게 성공의 비결을 묻는다.
나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정직은 시간이 걸리지만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37년 동안 내가 얻은 가장 큰 재산은 통장 속 숫자가 아니라,
“백 사장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 한마디였다.
그 말은 어떤 돈보다도 값진 선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