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의 꽃8

제8장 – 인생을 바꾼 한마디

살다 보면 평생 잊지 못하는 말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말이 있었다.

경동수산에서 일하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새벽부터 장어를 손질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떠 있었다.

그때 사장님이 조용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기덕아.”

나는 손을 멈추고 돌아봤다.

사장님은 잠시 장어가 가득한 수조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는 장사를 해도 되겠다.”

짧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말은 내 가슴 깊은 곳에 오래 남았다.


그날 이후 나는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좋은 직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를 들은 뒤부터는

좋은 사장이 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가게를 가지는 꿈.

내 이름을 건 장어를 파는 꿈.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사장이 되는 꿈.

그 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월은 흘렀다.

기쁜 일도 많았고,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찾아왔다.

믿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제 그만둘까.’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한마디가 떠올랐다.

“너는 장사를 해도 되겠다.”

그 말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의 인생은 거창한 말보다

진심 어린 한마디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믿음은

포기하려던 사람을 다시 걷게 만든다.

그래서 나도 직원들에게,

후배들에게,

그리고 두 아들에게

좋은 말을 해 주려고 노력했다.

칭찬은 사람을 자라게 한다.

믿음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지금도 나는 새벽 시장에 나갈 때면

그날을 떠올린다.

젊은 청년이었던 나.

그리고 내 가능성을 먼저 알아봐 준 한 사람.

그 말이 없었다면

오늘의 백강수산도,

장어의꽃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날 나는 다짐했다.

언젠가 내 이름을 걸고 장사를 하겠다.

그리고 손님들에게도,

직원들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그 다짐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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