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의 꽃1

제1장 – 새벽을 파는 사람

새벽 3시.

사람들은 가장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경동시장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

트럭들이 하나둘 시장으로 들어오고, 골목마다 불이 켜졌다.

차가운 물안개 사이로 장어가 헤엄치는 수조에서는 물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곳에는 시계가 필요 없었다.

새벽 공기만 맡아도 모두가 시간이 되었음을 알았다.

그곳이 바로 내가 청춘을 바친 세상이었다.

처음 장어를 만났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장어를 어떻게 잡는지,

어떻게 손질하는지,

어떻게 좋은 장어를 고르는지.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먼저 출근했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했다.

손은 매일 칼에 베였고,

겨울이면 얼음장 같은 물에 손을 담근 채 하루를 보냈다.

집에 돌아오면 손바닥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다시 새벽시장으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힘들다는 생각보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잘해 보자.’

그 마음이 더 컸다.

어느 날 선배가 내게 말했다.

“기덕아, 장어는 칼로 손질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럼 뭘로 합니까?”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마음으로 하는 거야.”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안다.

장어를 정성껏 손질하는 사람과

대충 손질하는 사람의 차이는

칼솜씨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장어를 물건으로 보지 않았다.

누군가의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는 마음으로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 마음 하나가 37년 동안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