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 백강수산, 내 이름을 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름을 걸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간판 아래에서 일했다.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사람을 만났고,
수많은 장어를 손질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같은 꿈이 있었다.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장사를 하겠다.’
그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돈도 필요했고,
용기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실패를 감당할 각오가 필요했다.
주변에서는 말렸다.
“요즘 경기가 어려운데 괜찮겠어?”
“그냥 지금처럼 다니는 게 편하지 않겠어?”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월급은 날짜가 되면 들어왔고,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
가게 계약을 마치고,
처음으로 간판이 올라가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백강수산’
세 글자를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간판에는 단순히 상호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의 꿈,
수많은 실패,
다시 일어선 용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희망이 함께 걸려 있었다.
첫날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깨끗이 청소를 하고,
장어를 정성껏 손질해 진열했다.
‘오늘은 몇 분이나 오실까?’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점심이 지나고,
오후가 되어도 가게는 조용했다.
문밖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다.
‘내 선택이 잘못된 걸까?’
잠시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말했다.
‘조급해하지 말자. 신뢰는 하루 만에 쌓이지 않는다.’
며칠 뒤였다.
첫 손님이 들어왔다.
장어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사장님, 신선해 보이네요.”
나는 정성껏 손질하는 방법과 맛있게 굽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설명해 드렸다.
며칠 뒤 그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 장어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한마디에 며칠 동안의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
그날 나는 다시 확신했다.
좋은 장어는 손님을 다시 오게 만든다.
백강수산은 큰 가게로 시작하지 않았다.
화려한 광고도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누구보다 자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37년 동안 손으로 쌓아온 경험.
그리고 사람을 속이지 않겠다는 마음.
그 두 가지가 백강수산의 가장 큰 자산이었다.
지금도 가게 문을 열 때마다 처음 간판을 올리던 날이 떠오른다.
그날의 떨림을 잊지 않기 위해,
첫 손님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장어를 손질한다.
장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
내 이름을 걸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